그러나 사랑은 저택을 세운다. 배설물의 장소에. - 예이츠, 미친 제인이 주교에게 말한다.

 




 

 

신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인간의 오만을 말할 때 흔히 바벨탑의 예시를 들곤 한다. 하지만 열여덟 살 이자성은, 절대 그 비유가 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자성은 절대 오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욕망이 없는 사람 또한 아니었다. 한계의 상징, 바벨탑은 그런 것이었다. 바빌론 사람들에게 어떤 경고가 내려졌었는가? 절대 아니었다. 신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인간들은 한계를 향해 나아간 것뿐이었고, 자연스레 권력을 욕망하게 된 것이다. 서재에 먼지가 가득했다. 아버지가 죽은 후 몇 주간 서재에 들어가지 않은 탓이었다. 커튼을 거친 노르스름한 빛이 은은하게 쏟아졌다. 계절이 바뀐 책들은 이제 전부 자성의 손에 들어왔다. 자성이 조심스레 커튼을 치고 육중한 창문을 밀었다. 흰 창문의 창틀은 여전했다. 봄이 맑았고, 아버지가 죽은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상쾌했다.

아버지는 회장이었고, 뿌린 씨가 많았다. 자성도 그중 하나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이 바로 자성의 어머니였다. 가장 아끼는 여자의 아이는 자성이었고, 그는 자연스레 그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이 많았을 텐데. 자성은 항상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는 그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지켜보곤 했다. 서재는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었고, 성스러운 공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자성은 절대 그 자리로 올라갈 수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라는 사람 또한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자성과 함께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자성은, 만 열 살의 이자성은 서재를 가지고 싶었다. 아버지만 없으면, 서재에 마음껏 들어갈 수 있을 텐데. 문 밖으로 흐르는 빛줄기를 보며 자성은 그렇게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리고 그것이 실현되기까지는 십 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교통사고, 즉사였다. 별로 슬프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도 이제 모두 사라졌으니, 서재뿐만 아니라 그 큰 이층집이 모두 자성의 것이 되는 것이었다. 아쉽다, 내가 어른이었으면 당당하게 이 집을 혼자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자성이 검은 양목을 매만졌다. 화려한 거울 속 제 흑백 모습이 차가웠다.

바람이 차다, 상주는 너무 많았다. 자성은 부러 완장을 차지 않았다. 화려한 꽃들, 진한 향의 냄새. 와글거리는 사람들. 노란 잔디가 죽은 듯 누워 있었다. 아버지처럼, 자성은 애꿎은 잔디를 발로 찼다. 단정한 이마를 꽃샘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검은 무리들, 또 하얀 무리들. 자성은 그들 사이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눈에 띄는 두 사람, 혹은 무리. 그들은 희미했지만 선명하게 그의 눈으로 들어왔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이는 남자와 그 옆의 또 다른 한 남자. 그들은 분명 귀엣말을 하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소근거리는 소리가 자성의 귓가에 바로 들리는 것 같았다. 자성은 천천히 그들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미묘한 기분, 자성은 알고 있었다. 저 무리만의 세계 가 존재했고,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은 수많은 상주-와 한 줄짜리 완장들에게 방해받았고, 자성은 그새 사라진 그들을 생각했다.

긴 장례식이 끝났다. 방으로 향하는 계단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서재로 들어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자성은 그 고단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쓰러졌다. 하얀 시트는, 여전했다. 초봄이었다. 아무것도 나지 않는 시기. 제 손에 걸린 검은 넥타이를 보다 결국 까무룩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 남자들은 아무래도 꿈에 나오지 않을 생각인가 보다. 아주 오랜만에 꿈까지 생략하고 깊은 잠에 빠졌다. 잠에서 깨어나도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눈을 뜰 수 있을 것이다. 초봄은 아무 것도 없는 계절이었다. 그러므로 그의 아버지도, 없다. 아버지의 자리를 모두 갉아 먹을 자신만이 있을 뿐이다.

하얀 벽돌로 된 이층집. 그곳을 자성은 사랑했다. 하얀 아치의 대문을 열면, 넓은 마당이 보이고, 젊고 두꺼운 나무에 그네가 달려있고, 현관을 열면 나무 마룻바닥이 보이는. 좁지만 급하지 않은 계단은 어린 자성의 책상이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 바로 앞에 보이는 문을 열면, 자성이 그토록 원했던 서재가 나온다. 빨간 카펫에 상아색 커튼, 원목 책상. 전 우주의 비밀이 이곳에 다 있는 것 같았다. 다시 서재를 나와 복도를 따라가면, 창문 옆 작은 방이 자성의 방이었다. 원래는 더 넓은 방이었지만, 경사진 천장이 좋았기 때문에 자성은 종종 이곳을 자신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자성의 그 방 바로 아래에는 부엌이 있었다. 온통 하얀 부엌. 아름다웠다. 따뜻한 질감의 집과는 달리 부엌만은 너무나도 차갑고 이질적이었다. 냉장고에는, 계란 몇 개를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무정란, 영원히 부화하지 못하는 병아리들. 부엌을 다시 나와 몇 발자국 더 걷다 보면, 거실엔 피아노가 검고 큰 짐승처럼 엎드려 있다. 자성의 온실, 그의 모든 공간들.

장례식이 끝난 지 며칠 되지 않아 요란한 방문이 이어졌다. 간을 보려는 듯 잠시 뜸만 들이다 간 남자, 자성은 그를 기억했다. 상주였다. 자성이 혹시 제 자리를 넘보고 있을까봐, 그것이 두려워 그는 자성에게 온 것이다. 자성은 발톱을 숨기고 있는, 아니, 제 발톱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자였다. 그는 영리하고 힘이 있었다. 다른 사람에겐 없는 기민함이 그에겐 있었다. 발톱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자가, 계속 발톱을 집어넣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발톱을 빼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었다. 발톱을 빼는 순간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발톱의 존재를 알아차릴 테니까. 사자가 그것을 쓰게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여태까지의 이자성은 백지나 다름없었다. 자성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그들을 대했다. 서재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딱히 야망이랄 것도 없는데. 하지만 오랜만에 들어선 서재의 초라함에 자성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상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서재. 온 우주의 지식이 이곳에 있을 줄 알았다. 자성의 이갈이가 시작되었다. 상상도 못할 만큼 두껍고 날카로운 이가 점점 자라고 있었다.

기회는 복사뼈에 날개가 달린 여신처럼 찾아왔다. 자기네들을 삼촌이라고 부르며 집에 그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자성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키 큰 남자는 이중구였고, 그 옆의 남자는 정청이라고 했다. 미묘한 예감이 들었다. 삼촌들의 등장은, 분명 자성의 인생을 바꿀 어느 한 사건이 될 것이 분명했다. 청은 자성을 만나자마자 제법 살갑게 굴었다. 나이가 몇이며, 학교는 다니고 있느냐, 이 큰 집에서 혼자 어떻게 사느냐... 짙은 와인색 소파에 둘이 앉은 건 분명 처음이었다. 자성은 작게 웃으며 청과 대화를 계속했다. 그러다 힐끔 훔쳐본 중구는, 냉랭한 얼굴로 뒤에서 바라 볼 뿐이었다. 하지만 자성은 알 수 있었다. 그 둘만의 세계에 자신도 들어왔다는 것을. 자성은 중구를 쳐다봤다. 중구 또한 그와 눈을 맞췄다. 냄새를 맡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자성은 다시 청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선글라스에 한 번 가려진 눈동자는 영 의중을 알 수 없었다.

 

중구는 자성에게 죽이는 법을 알려줬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을 죽이는 법이었다. 사냥용 총을 들고 사냥을 나간다거나, 그 잡은 것들의 내장을 갈쳐놓는다거나 그런 일들을 함께 했다. 자성은 피가 흐르는 것을 볼 때마다 놀랍다고 생각했다. 난생 처음 보는 피는 아니었지만 동물들에게는 자신과 같은 따끈한 피가 흐른다는 것을 그는 그때 처음 알았다. 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몇 번 나간 적은 있지만 이렇게 그것들의 배를 가른 적은 없었다. 고개를 떨구고 있는 청둥오리 다섯 마리, 자성은 눈을 감았지만 중구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것들의 목을 따 피를 빼냈다. 그리고 칼을 꺼내 천천히 배를 갈랐다. 아직 따뜻한 내장과 피에서 김이 나는 것 같았다. 이건 뭐에요, 저건 뭐에요. 자성이 물었다. 중구는 귀찮아하면서도 이건 소장, 이건 간, 이건 심장이라고 친절하게 답했다. , 이제 너 혼자 해봐. 자성의 손을 잡고 천천히 내장을 빼내던 중구가 제 손을 거뒀다. 자성은 입술을 깨물고 오리 배에서 나온 창자를 잡아당겼다. 자성의 하얀 셔츠에 피가 튀겼다. 피가 범벅인 손은 끈적이고 미끈했다. 자성은 정신없이 텅 빈 배의 갈비뼈를 쥐었다. 십오 분 전까지만 해도 두근대는 심장을 가지고 있었으며 정신없이 봄을 맞아 먹어댔을 녀석이었다. 미끄러운 내장이 손에서 빠져나갔다. 순간 중구가 자성의 어께를 잡았다. .

 

그렇게 세게 하면 안 돼. 다 터지잖냐.”

 

중구가 자성의 손을 다시 잡았다. 물 한 병을 따 자성의 손에 흥건한 피를 닦는다. 자성은 그것을 멍하니 쳐다본다. 중구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우리는 공범자야, 알았지. 공범자, 마음에 드는 단어였다. 자성은 알았노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중구의 차에 올라탔다. 갈대가 모든 것을 다 듣고 있었지만, 그들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바람이 상쾌했다. 셔츠에 튀긴 피가, 미끄덩한 창자의 촉감을 증명하고 있었다. 중구는 아무 말도 없었다. 하지만 자성은 신경쓰지 않았다. 원래 죽음이란 건, 말이 없는 법이었기에. 그 이후로 자성은 중구와 제법 친근하게 지냈다. 청둥오리 다음엔 거위, 다음엔 토끼였다. 가죽을 벗기고, 새빨간 고깃덩어리에서 내장을 꺼낸다.

 

삼촌, 이게 뭐에요?”

그거? 새끼.”

 

자성이 토끼 배에서 작은 핏덩이들을 꺼냈다. 손가락 한 마디만한 빨간 덩어리가, 이 토끼의 아이였다. 자성은 냉장고 속 차갑게 남겨진 무정란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창자 덩어리 사이로 던졌다. 중구가 담배연기를 하얗게 뿜었다. 연기만큼 새하얀 담배 필터는, 토끼 피로 지저분하게 번졌다. 자성은 이제, 중구의 손이 없어도 내장을 손질할 수 있었다. 잘 하는데. 중구가 씩 웃으며 자성의 어께를 툭툭 쳤다. 그가 가만히 웃었다.

 

다음엔 좀 더 큰 걸로 하자.”

 

그 배에는, 새끼가 있을까. 중구가 건넨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자성은 가만히 생각했다. 중구가 짧아질 대로 짧아진 담배꽁초를 바닥으로 던졌다. 새빨갰다.

 

청은 자성에게 딱히 무언가를 가르칠 생각은 없는 듯 했다. 그저 어른들의 일, 운전이나, 이 술이 무슨 맛이 나는지, 무엇과 먹으면 좋은지, 처리해야 할 서류들을 몇 가지 보여준 게 다였다. 그러다 자성은 보게 된다. 중구와 청의 정사를, 그리고 청의 연갈색 눈을. 빨간 카펫에 누워있던 청, 그리고 그 위로 우악스럽게 움직이는 중구. 아버지의 서재였다. 자성은 홀린 듯 열린 문 틈 사이로 다가갔다. 중구가 청을 찔렀기 때문에 바닥이 온통 새빨간 것처럼 보였다. 청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자성은 작게 숨을 들이쉬었다.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청의 그 두 눈동자는, 자성의 얼굴에 박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청이 맥없이 흔들렸다. 중구는 그의 턱을 포악스레 잡고 입 맞췄다. 그것을 입맞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성은 멍하니 그 장면을 끝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두 발은 떨어지지 않았고, 목울대로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가 생생했다. 찌걱대는 소리, 노골적인 신음 소리, 삼류 포르노였다. 자성의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열여덟 살, 죽음과 섹스는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자성은 그 이후 청과 중구의 모든 행동을 바라봤다. 증오하지만, 무심하지만 성적인 마주침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청에게 귓속말을 하다 귓바퀴를 깨무는 중구, 저녁 식사 시간 중구의 허벅지를 쓸어 올리는 청, 중구가 커피잔을 잡고 있을 때 그의 손목을 잡는 청.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 한 편의 영화였다.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 이질적인 부엌에서, 청이 자성의 앞에 앉아있었다. 실없는 장난과 농담들이 머릿속을 그냥 뚫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달싹대던 자성의 입술은 결국 제 목소리를 만나고야 말았다.

 

, 삼촌.”

왜 그려?”

그때, . 서재에서.”

방에서 무얼?”

, 중구 삼촌이랑...”

으잉? 쭝구랑 뭐?”

 

청이 장난스럽게 히죽 웃었다. 순간 자성이 청의 손목을 잡았다.

 

삼촌. 나는, 안돼요?”

뭐이? 뭐가?”

나도 할래요.”

 

자성은 제 새까만 눈동자를 치켜뜨고 청을 바라봤다. 언제 왔는지 중구가 청 뒤에 서 있었다. 청은 중구를 뒤돌아보며 씩 웃었다. 중구는 눈썹을 으쓱 하며 턱짓으로 자성을 가리켰다.

 

내가 안 된다고 하면, 어쩔 건데?”

중구가 이죽이며 웃었다. 청이 뭐라고 한 소리 하기도 전에 자성이 끼어들었다.

 

중구 삼촌은 되는데, 왜 난 안 돼요?”

 

그때서야 청이 큰 소리로 웃었다. 중구도 입꼬리를 당겨 웃고는, 알아서 해보라는 듯 하얀 커피잔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청은 눈가를 훔치며, 자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지금 나랑 거하게 한 판 뜨고 싶다- 이 말여?”

 

자성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입술을 꼭 깨물고 청을 쳐다봤다. . 대답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청을 잡은 자성의 손바닥에서 땀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그가 손가락으로 자성의 손목을 가만히 쓸었다.

 

쭝구랑 사냥 간 적 있냐잉.”

.”

어떻드나.”

“...”

좋았드냐?”

.”

그럼 됐다, 가자.”

 

청이 먼저 일어났고, 자성은 그 뒤를 따랐다. 요란한 발소리가 층계를 타고 올랐다. 중구가 제 입에 댔던 커피잔을 천천히 내렸다. 싱크대에 기댔던 몸을 바로 하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아마도, 자성의 방은 부엌 바로 위일 것이다.

자성은 제 방으로 청을 데려갔고, 그는 여유롭게 자성의 침대에 앉아 주변을 휘휘 둘러보고 있었다. 야아, 우우리 자성이 방이 이렇게 생겨먹었었고만? 어느 새 자성이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왔다. 문을 닫는 소리가 파랗다. 하얀 창문 문틀을 타고, 희미한 빛이 샜다. 자성은 조금 망설이는 것이 분명했다. 먼저 입을 맞춘 것은 청이었다. 풍선이 터지는 데에는 큰 게 필요가 없지, 작은 바늘 하나면 충분했다. 마주친 입술이 뜨거웠다. 자성에게 밀려 뒷걸음치던 청이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자성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 자성이 그걸 내려다보고. 긴 밤이 될 것 같았다. 몸과 몸이 겹치고, 자성은 토끼의 내장을 빼는 상상을 했다. 처음 청둥오리를 죽인 날 입었던 셔츠였다. 자성이 청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눈이 마주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가 서로의 입술을 물어뜯었다. 자성이 급하게 청의 손을 붙들었다. 깍지 낀 손이 위태로웠다.

어느새 소리 없이 중구가 들어와 의자에 앉아 그들을 보고 있었다. 다리를 꼬고, 삐딱하게 앉은 중구의 표정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자성은 제 아래에서 바르작대는 청의 얼굴을 쓰다듬다, 천천히 중구 쪽을 항해 돌렸다. 순간 그들의 눈동자에 놀람이 스쳐지나갔지만 중구는 팔짱을 꼈고, 청은 다시금 인상을 썼다. 자성이 예고 없이 치고 올라왔기 때문에. 세 사람의 밤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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